2020년도 9월부터 2022년도 9월까지, 햇수로 꼬박 삼 년. 저는 살구나무 숲에서 꽃을 배운 수강생입니다. 처음에 플라워 레슨을 듣기로 결정하면서도, 대단한 의미는 없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 예쁜 것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가벼운 태도 정도에 지나지 않았어요. 이런 마음으로 취미반 수업을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네 차례의 취미반 수업이 끝나고나니 저는 자연스레 초급반을 수강하고 있었고, 어느 날엔가 정신을 차려보니 고급반 수업을 듣고 있더라고요. 이럴 정도로 계속 꽃을 만지는 일에 아무런 의심이 없었습니다. 꽃을 업으로 삼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랬습니다. 그간 제가 만난 선생님들은 제게 기대하고 싶거나 기대하고 싶지 않거나 늘 ‘다음’을 바라셨습니다. 지금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런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저는, 꽃을 하던 초반에도 언제나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핸드타이드가 안 되어서 여러 번 꽃을 쥐었다 놓기를 반복하던 어느 수업에 살구나무 숲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는 이 말에 엄청난 위로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다정한 격려가 있어서, 마침내 어려워하던 스파이럴을 잘 해내게 되었을 때 몇 배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꽃을 배웠던 시기는 제가 심적으로 몹시 병들어 있던 때와 겹치기도 해요. 그때는 계절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선생님이 꽃들을 설명해 줄 때만큼은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꽃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멋있는지 두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생님을 만나서, 저는 조금이나마 힘을 내어 꽃을 해 볼 수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잠시 휴가를 가지셔야 했던 무렵에 저는 다른 곳의 플라워 레슨을 듣기도 했는데요. 그때 만난 다른 선생님들은 제게 ‘기본기’가 매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살구나무 숲 선생님께서 제가 기본을 잘 쌓을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기 때문이겠지요. 꽃을 배운 지 조금 시간이 지난 탓에, 지금은 꽃을 잘 할 수 없을 것도 같았는데요. 얼마 전에 있던 살구나무 숲 학예회에 참여해서 오랜만에 버드케이지를 해 보았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꽃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어요. 선생님은 ‘손이 기억해서 그렇다’고 하셨지만 저는 알아요. 제 손 끝의 감각을 만들어 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살구나무 숲에서, 자연의 한 조각을 상상하던 시간을 안겨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이에요. 저는 선생님께 꽃을 배울 수 있던 게 커다란 행운 같아요. 꽃을 통해 위로 받고자 하는 사람, 위로를 건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수업 후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